나의 일기

*# 7 - 벚꽃피는 날

w필리아 2021. 9. 14. 20:32
728x90
SMALL


아기는 내 옆에 없었지만
내 몸은 제왕절개로 출산한 산모와 같았기에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다.


새벽만 되면 들려오는 윗집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기를 보고싶은 마음은
더 깊어졌다.


괜찮은 척하며 출, 퇴근하는 신랑을 보며
얼마나 힘들까
신랑회사에서 아기 선물까지 챙겨줬기에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도 있을텐데
어떤 내색도 없이 항상 나를 보고 웃어주던 신랑...
따뜻한 온기 하나 남지 않은 채
차가웠을 우리의 첫 아들의 얼굴을 보고
품에 안아 하염없이 미안하다며 울었다던 신랑



그에 비하면 나의 슬픔은 더 작다고 여겼기에
늘 미안하고 고맙고 신랑 앞에서는 웃으려고 노력했다.
아이와 인연을 맺은 오빠가 더 힘들테니까...
오빠는 나의 슬픔이 더 클거라는 생각에 내 앞에서 늘 웃으려 노력했고
서로가 서로의 힘듦을 더 크게 여기며
토닥토닥 지냈었다.
늘 고마웠고 지금도 고맙고 평생 고마울 따름이다.



출산으로 인해 약해진 손목,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
손목 보호대, 발목 보호대를 차고
젖몸살을 방지하기 위해 가슴붕대 둘르고
내복을 입은 채 방 안에 누워있는데
하늘이 보였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봄 하늘...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봤다.
하늘은 왜 이렇게 푸르고 예쁜지
내 마음이 슬퍼서 그런가
상대적으로 하늘색이 더 예뻐보였다.



길가를 보니 벚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참...예뻤다.
예쁜걸보니 지금쯤 아기가 있었다면
한달 뒤쯤 안고나가 벚꽃도 보여줬을텐데...
혼잣말을 속삭였다.




직장 동료들에게
아기는 잘 낳았어?라는 안부를 묻는 카톡이 올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내렸고
나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소식을 듣고
위로문자가 왔다.
감사했다.
감사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힘든 일 있을 때
위로해주시면 힘이 되고 정말 감사했지만
아기를 잃은 슬픔만큼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위로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계속 검색했다.
'막달사산'
나와 같은 이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있을까?
이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내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떤 날은
나의 소식을 모르고 본인 아기 귀엽다면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는 분도 있었다.
유투브 시작했다며...
축하하다며 아기 너무 귀엽다는 답변을 보내고
이야기를 마쳤다.




어찌하리
모두가 내 상황을 다 아는건 아니지 않나
그냥 그러려니 지나가는 것일뿐



그렇게 따스한 봄날은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한 척하며
이 악물고 더 행복하게 지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보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