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

*[21.11.22.월] 월요일

w필리아 2021. 11.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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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수술한지 4일차
머리감은지, 샤워한지 4일차


아직 실밥을 제거하지 못했기에
샤워는 꿈도 못 꾸고...
머리는 정말 감고 싶었다.


3주 전?! 긴 머리를
아주 짧은 단발머리로 짤른 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ㅠㅠ
길었어봐...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 못 했으리ㅠㅠ


새벽 5시
간호사님이 들어와서
온도, 혈압체크
눈이 떠졌다.


머리를 감아도 되냐는 질문에
괜찮다해서 고개를 숙이고 감았다.
미지근한 물로...
처음에는 신랑이 감겨줬는데
영 시원하지가 않아서
두 손 들고 내가 하겠다며
문질렀다.
아... ㅠㅠ 시원해...



오늘은 앉았다가 일어날 때
곧바로 허리가 거의 펴졌다.
날이 갈수록
회복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반면에 손목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저리고... 약해지고...
이제부터 진정한 몸조리가 시작된 듯 싶다.


1. 찬 물 닿지않기
2. 찬 공기 닿지않기
3. 무거운 거 들지않기
여기서는 핸드폰을 주의!
핸드폰이 생각보다 손목에 무리를 준다.

* 초기유산도 마찬가지!
예전 초기유산 때, 몸조리 우습게 여기고
건강해야한다며 초기유산 후 1개월 뒤
수영장 갔다가... 그 이후 무릎 등 시려서
한동안 고생 엄청했다.ㅠㅠ




잠시 잠이 든 후
교수님 회진 다녀가셨고
(배 아픈거는 어떤지, 가슴 아픈거는 어떤지 체크)


서랍 위에 놓여있는 순풍이의 유골함 보인다.
가슴이 미여지며 찢어지기 시작한다.
눈물이 난다.
우리 아기가 너무 보고싶다.


수술 직후
수술이 잘못되어 신랑을 다시는 보지 못할까...
두려움이 끝나고
차츰차츰 현실로 돌아오니
우리 아들, 딸을 내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확신이 없다.



하... 왜 내게서 아이들을 거두어 가시는 걸까
내 곁에 귀여운 아이들이 있어야하는데...
너무 보고싶다.
우리 아가들



오늘은 내내 눈물이 난다.
왜 이러지...
그냥 계속 슬프고
순풍이가 내 곁에 있었음 좋겠다.
순풍이의 태동, 딸국질 모든 걸 예전처럼
느끼고싶다.
어느 날은 방광쪽을 세게 차서 윽 소리가 나왔는데
그 때가 너무 그립다.


포기하면 안되지..그럼...안 돼...
앞에 있는 아침밥을 조금 먹고
처방된 약(저용량 아스피린, 진통제)을 먹고
순풍이를 또 그리워한다.


소독하러 오신 의사쌤...
소독하는 내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내일은 실밥 푸는 날이라고 하신다.
검사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물었더니
2주정도 걸리다며 외래진료 예약하고
그때 이야기할 수 있을거라 하셨다.


이전과는 다른 원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아기들을 만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나마 있지 않을까...


저녁 5시
수술실에 들어간 전공의쌤이 오셨다.
퇴원 전에 꼭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려했는데
다행히 이렇게 만났다.

전공의쌤을 보자마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제 마음 헤아려주신 덕분에
제 마음에 한이 맺히지 않았어요.
덕분에 아기도 안아보고...
발도장도 얻고...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꼭 분만실 간호사님께도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전공의쌤은 내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은채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거라며
기도해주겠다고 했다.
정말 감사했다.

과다출혈, 쇼크, 사망이라는 수술 시 주의사항에
서명을 하며 느낀 무서움, 공포...
거기에 아이를 잃은 슬픔
아이를 이번에도 보지 못하면
내 평생 가슴에 한이 맺힐 것 같은 답답함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고
우리부부를 위해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노력해주셨다.


잠시 후
이성기교수님께서 오셨고
내일 퇴원하는 날인데
날씨가 굉장히 춥다며 몸 따뜻히 잘 퇴원하라고
하셨다.
몸은 어떤지...궁금한 사항은 없는지 물어보셨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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