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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1. 바다에 순풍이를 떠나 보내며

w필리아 2022. 5. 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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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딸, 순풍이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여기는 강이 맑지 않아... 더 예쁜 곳에 뿌려주고 싶어...'
'순풍이가 떠다니며 더 좋은 곳을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오늘은 비가 오네... 비가 안 오고 해 있을 때...

그 때... 보내주고 싶어...'



이제 그만 순풍이를 자연으로

돌려 보내줘야 된다고 마음먹고...
맑고 푸른 바다가 있는 제주도에 왔다...


4월 말...
제주도의 봄에...
맑은 바다에 순풍이를 뿌려주기로...


나는 제주도에 가는 내내

슬픔이 목까지 차올랐다.

순풍이를 떠나 보내주려도 갔지만

오랜만에 신랑과 나도 쉬려고 간 여행인데....

다른 사람들처럼 설렘가득한 미소가 아닌

입을 앙 다물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더 목이 메여왔다.

그렇게 제주도에 가는 내내 슬픔을 애써 삼켰다. 
이제... 순풍이의 흔적조차 놓아줘야 된다는 사실에...




배를 타고 갔는데...
제주도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표정은 일그러지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왜 이렇게 슬픈지....

갑판 위에 서서... 깊은 바다 속을 보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바다야...우리 순풍이 잘 품어주라...부탁해...
이 곳, 저 곳 흘러가며... 우리 순풍이 예쁜 거 많이 보여주라...

미국도 보여주고... 유럽도 보여주고...

우리 순풍이 잘 부탁해!...'



제주도 여행 이틀 째...
아기와 아이들을 데리고 옇애 온 가족들이 눈에 자주 보인다.

얼마나 귀한 생명인지...

내 눈에도 이리 이쁜데...
부모 눈에는 얼마나 이쁠까...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도 잘 태어났으면... 지금쯤 우리 옆에 아들 1명, 딸 1명

우리 4식구 오순도순 떠들면서 다녔겠지....

왜... 우리 아이는 살아서 같이 오지 못했을까...

다른 아이들은 저렇게 잘 태어나서 예쁜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두 눈으로 담는데...

왜 우리 아기는.... 가루가 되어 와야만 했을까....
우리 아이도 저렇게 신나게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여행하기 피곤하다고 칭얼되도 좋았을텐데...'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많이 나아졌다.

두 아이의 죽음에 대해 무덤덤하게 말할 수 있고

자주 울지는 않는다.

내가 울면 

저 하늘나라에서 두 아이가 더 슬플테니...

(난 어렸을 때, 엄마의 우는 모습이 제일 가슴이 아팠다.)

 

 



제주도에서의 셋째날...
우도여행을 마치고 나오는 날...

비가 내렸다. 

신랑은 이제 순풍이가 자유롭게 훨훨 다닐 수 있도록

바다에 뿌려주자고 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바다를 찾아 다녔다.

지나가는 길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바다를 찾았고

유골함에서 순풍이의 유골이 쌓인 종이을 꺼내
내 가슴에 꼭 껴안았다.

뽀뽀도 하고...
신랑, 나 그리고 순풍이의 유골....

우리 셋은 그렇게 꼭 껴안은 채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하며

바다를 향해 갔다. 

 



신랑은 애써 덤덤한 척
"순풍이는 이미 레몽이랑 우리 아빠랑 하늘에 있어!
이건 육체일 뿐이야...그니깐 바다에 잘 흘러가지 않아도

울지 말고, 마음 아파하지 말자!

크게 의미두지 말자! 알았지?"

 

 

" 응...! 알겠어...! 알지..."

 

 

우리는 순풍이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거 마냥

두 손으로 꼭...

순풍이를 한 움큼 쥐어...

바다에 흘려 보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귀포 바다....

이 바다를 통해... 

엄마, 아빠가 보여주지 못한 

이 세상 아름다운 곳들을 구석구석 여행하며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기를...

 

너무 슬펐다...

어떻게... 왜... 왜 아이를 이렇게 떠나보내야만 하는지..

나조차 겪지 못한 죽음을...

왜 우리 아이들이 먼저 겪어야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너무 미안하다....



순풍아 너무 사랑해...

정말 많이많이 사랑해... 내 딸...

생각해보니...

아이를 보내고서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점점 멀리 흘러가는 순풍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더 멀리 가기 전에

큰 소리로 울면서 소리쳤다.

"박... 순풍!!!!!!!!! 흑..흑..흑...
사랑해!!!!!!!!!!!!!!! "

 

 


...
...
"진짜!!! 많이!!! 사랑해!!!!!!!.....흑흑흑..
고마워....!
박....레몽!!!!!!!!!
사랑해!!!!!!!!!
진짜 진짜..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어...
너희들은 우리가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줬고.... 흑흑...
모든 걸 다 주고 갔어....흑...흑.. 너무... 보고싶어!!!!!!!!!
너무 고마워..."




 

사랑하는 우리 레몽이, 순풍아

고마워.

엄마가 너희를 만나지 못해 슬픈 것만큼

너희도 많이 슬프겠지...

언제나 엄마아빠 가슴 속에 함께하는 우리 아들, 딸!

부족하지만...

너희들의 살지 못한 하루를 생각하며

늘 최선을 다하며 

더 행복하게 

더 갚지게

더 성숙하게 사는 엄마,아빠가 될게...

지켜봐줘...

 

 

 

너희들로 인해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사랑해 

우리 아들, 박레몽

우리 딸, 박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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