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6일 막달사산
8주 초기 계류유산
뱃속에 있는 아이의 얼굴과 태동, 딸꾹질을 느낀 나로서는
첫째 레몽이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컸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지
5개월 만에 또 다시... 소파수술을 하게 된 나
사람이 힘든 일을 겪고
또 힘든 일을 겪다보면
강철처럼 강해지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창 입덧하는 시기였기에
아기가 계류유산되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빨리 소파수술을 해서
힘든 입덧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고
내년을 기약하자고 다짐했다.
(임신에 대한 미련없이 나름 씩씩하게 지냈지만...
아이생각에 가끔은 무너져내리며
폭풍눈물을 쏟는 거는 어쩔 수 없었다.)
현재는 세번째 아이를 조심스럽게 품고 있다.
이 아이를 뱃속에 품기부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늘 조심스럽다.
잠을 잘 때도 하나님께 지켜달라며 기도하고
오늘 하루도 나와 이 아이가 같이
숨 쉴 수 있게 해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아이의 태동
그리고 바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다며
기도한다.
첫 아이를...
갑작스런 심장지로 잃은 순간부터
우리 인간의 호흡이
얼마나 순식간에 끊길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아이를 잃은 그 때쯤...
항상...
옆에서 자던 신랑의 숨소리를 확인했던 것 같다.
한 순간에 '숨결'을 거둬가실 수 있는 하나님이 무서웠고 두렵기도 했다.
다음 날...
눈을 뜨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큰 은혜인지 감사했다.
아이를 잃은 큰 슬픔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살 만하다.
인생은 아름답고 가치있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생각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각자의 인생에 '희.노.애.락'이 있음을...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나의 '슬픔=애'(哀)는
아빠의 의약사고로 인해 생사를 오가시고
양쪽 두눈 시력을 상실하셔서 나와 팔짱을 껴야만 걸어갈 수 있으셨던 일...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셨다. 수정체, 눈물샘의 고장 등으로 예전과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혼자서 운전도 간간히 하시고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를 낳기 30분 전,
삶에서 죽음을 경험한 비극적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인생이란
기쁨만... 즐거움만 있을 수는 없겠지...?!
아마도...그렇겠지...
기쁨만 가득한 나날이 내내 이어지다가
어느순간 뒤돌아 볼 틈도 없이
뒤에서 칼날같이 꽂혀온 불행, 환난, 슬픔, 애통함
그렇기에 시간이 갈수록
나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이 잔잔한가보다....
기쁜 일이 있어도
이전의 어릴 때와는 달리 너무 방방 뛰지않으며...
슬픈 일이 있어도
어린아이처럼 악을 쓰며 울기보다는 ...
애써 무너지지 않기위해
자신의 심장을 꽉 부여잡으며
이 악물고 버틴다...
이번에는 반드시
뱃속의 아이를 소중히 품어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는 이 아이를...
오빠와 나의 품에 꼭 안고 싶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중기유산, 막달사산을 겪은 산모들에게...
나도 죽을만큼 힘들고 두렵고 무서웠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고...
아이를 출산한다는 일이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나에게도 일어났다고!
그러니깐...
여러분들에게도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희망을 주고싶다.
'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주+4일] 건양대학병원 임신성당뇨 검사 (0) | 2021.10.06 |
---|---|
*[25주+1일] 6주마다 갑상선 수치 재검사 (0) | 2021.10.01 |
*[습관성유산] ANA(항핵항체) 양성 / 충북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0) | 2021.09.27 |
*[습관성유산] 엽산대사이상 CT형과 혈중 호모시스테인 (0) | 2021.09.27 |
*# 7 - 벚꽃피는 날 (0) | 2021.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