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 (40) 썸네일형 리스트형 *[21.11.29.월] 푹 꺼진 배 31주 3일아기를 보냈음에도요 며칠간, 나의 배는 여전히 컸다.수술 후 6일째까지는 변함없이 컸던 배가7일, 8일, 9일...오늘이 11일차...배가 푹 꺼졌다.아이가 떠난지 10일여만에...애기가 지냈던 공간도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간다.참...내 가슴 속아이가 있는 공간은레몽이를 보낼 때나순풍이를 보낼 때나여전히 그대로인데... *[21.11.27.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보다 강해져라 어젯밤나혼자산다를 봤다.산다라박님의 일상이 정말 재밌었다.나이가 적지않은데도늘 아이같고 밝은 모습에덩달아 나도 밝아졌다.방송을 보며미소도 짓고 웃다가또 눈물이 난다...ㅎ웃을 때 더 슬퍼지는...막달사산을 겪은 예전이나 지금이나조금은 괜찮아져 웃을때떠나보낸 아이가 생각이 나 금새 눈물이 고인다.뱃속의 아이를 떠나보냈기에자연스러운거다.행복할 때 사랑하는 아이가 더 생각나는...옆에서 자고 있는 신랑 몰래 눈물을 훔친다.흐르는 눈물이 베개에 고여 얼룩을 만든다.가슴이 미여지고 아파진다.'우리 애기들은 잘못이 없는데 왜 데려가셨어요...잘못이 있다면 제가 잘못한건데저한테 그러셔야지 왜...왜...아무것도 안한애기들을 거둬 가시나요...애기들이 뭔 죄가 있나요... 흑흑'자고 일어나니 퉁퉁 부어있다.금붕어같네... *[21.11.22.월] 월요일 제왕절개 수술한지 4일차머리감은지, 샤워한지 4일차아직 실밥을 제거하지 못했기에샤워는 꿈도 못 꾸고...머리는 정말 감고 싶었다.3주 전?! 긴 머리를 아주 짧은 단발머리로 짤른 걸다행이라고 생각된다.ㅠㅠ길었어봐...지금의 나로서는 감당 못 했으리ㅠㅠ새벽 5시간호사님이 들어와서온도, 혈압체크눈이 떠졌다.머리를 감아도 되냐는 질문에괜찮다해서 고개를 숙이고 감았다.미지근한 물로...처음에는 신랑이 감겨줬는데영 시원하지가 않아서두 손 들고 내가 하겠다며문질렀다.아... ㅠㅠ 시원해...오늘은 앉았다가 일어날 때곧바로 허리가 거의 펴졌다.날이 갈수록회복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반면에 손목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조금씩 저리고... 약해지고...이제부터 진정한 몸조리가 시작된 듯 싶다.1. 찬 물 닿지않기2. 찬 공.. *[21.11.21.일] 2. 순풍이의 흔적 오빠가 아이의 장례식을 위해 화장터에 갔다.순풍이와 단둘이 간 그 곳.작년 2월레몽이와 간 그 곳을순풍이와도 가게될 줄 누가 알았을까...레몽이는 38주6일3.7kg의 사내아이였다.그럼에도 레몽이는 재 한 줌 남기지 않았고오빠는 빈 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순풍이는 31주3일1.7kg의 여자아이였다.그렇기에 순풍이의 유골이 남아있으리라기대하지 않았지만 내심 남아있길 바랬다...레몽이가 그 화장터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사라져버린 것이 조금은 내 가슴의 한이 되었기에...내 마음을 알았던 걸까순풍이는 자신을 조금 남겼고기대도 하지 않았던 오빠는 당황스러웠지만조심스럽게 부탁드려 종이에 쌓은 순풍이의 흔적을나에게 유리병에 담아 가져다주었다.지금 내 병실 안에는순풍이의 유골이 함께있다.내 딸, 순풍이.... *[21.11.21.일] 1. 벌써 일주일 순풍이를 보낸 지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생각보다 괜찮다며사랑하는 남은 가족들을 보며열심히, 행복하게 살자라며다짐했지만갑자기 찾아오는 순풍이와의 추억이생각날 때면 눈물이 뚝뚝 흐른다.밥을 먹을 때도텅 빈 하늘을 볼 때도잠이 들기 전에도화장실을 다녀와 침대에 앉아있을 때도내 딸, 순풍이가 너무 그립다.순풍이우리 딸내미항상 고마웠다.첫째 레몽이가 갑작스럽게 떠났고임신기간 내내태동이 아주 적었기에 이번 임신 때는 '태동'에 되게 민감했었다.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 지순풍이는 24시간 내내 뱃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줬다.얼마나 고마웠던지얼마나 행복했던지내 고마움과 행복함이 과거형이네...슬프다.순풍이와 나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하루에 1번 꼭 야채식단, 1시간 산책을 했고좋아하는 노래, 강연을 틀고이어폰을 .. *[21.11.20.토] 3. 토요일 일상 아침 일찍부터 내 생각, 각오를 주절주절 썼다.글과는 달리 내 현실은침대에서 앉는데만 5분일어나는데만 3분한 보폭 내딛는데만 1분은 걸리는 것 같다.아 너무 아파ㅠㅠㅠㅠ어제까지만 해도두 번째 제왕절개인데 난 왜 처음보다 덜 아프고 괜찮지?읭? 이랬는데...큰 착각이었다.수술부위에 별도로 진통제를 달았고하루 2번 진통제 주사에페인부스터까지 달았음을왜 잊어버렸지...ㅠㅠ 하나둘씩 떼면서아...아퍼ㅠㅠㅠ간호사님이 오늘우 빈속에 체중을 재야한다고해서체중계까지 갔다가 오는데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았다.주저앉고 싶었다.무슨 올림픽 출전 선수마냥혼자서 되내며 걸어갔다."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나 할 수 있어...난 강한 레몽이, 순풍이 엄마야 할 수 있어...!"갔다와서 젖이 도는 가슴에붕대를 타이트하게 메고침대에.. *[21.11.20.토] 2. 31주 3일 막달사산 21.11.13.31주 3일 막달사산최소 5주만 버텼으면 만날 수 있는 우리 딸을 허망하게 보낸 날나의 티스토리 소개에 추가된 문구'31주3일 막달사산'이 티스토리를 쓰게 된 이유는흔하지는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각보다는 종종 일어나는이 불행한 막달사산을 겪은 나로서는나의 일상, 진료과정을 조금이나마 기록하여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네이버 맘스홀릭에는생각보다 '막달사산'을 겪은 산모들이 있었고그들이 1년 후 아니면 몇년 후건강한 아이를 낳았다는 글, 댓글만으로도나에게 희망을 주었다.막달사산, 습관성 유산으로 유명하신건양대학교병원 이성기교수님과의 상담, 진료내용을 조금이라도 기록해놓은다면분명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대학병원 교수님을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 *[21.11.20.토] 1. 또 한 번 주인을 잃은 젖 새벽 5시얼굴, 목이 식은 땀에 젖어있다.아...배도 아프고 가슴에 돌멩이 2개가 있는 느낌주인을 잃은 가슴에 젖이 돌기 시작했다.아침에 소변을 보러 앉았다 서는 일이 고통스럽다...지금까지 씩씩하게 '괜찮아...이번에도 괜찮아...잘 이겨낼 수 있어'라고스스로에게 끝없이 얘기했지만주인잃은 젖을 느끼고 나니세상 앞에서 무너질 것 같다.이 처절한 슬픔, 애통함, 고통이 순간에는 모든 걸 포기하고 이 불행 앞에세 무릎꿇고 싶다.아이를 낳은 다른 산모분들도자연분만, 제왕절개의 고통을 느끼겠지...?정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한 것 같아.하지만 그들이 부럽다.앞으로 사랑하는 아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랑과 내가 만든 열매,그 귀한 생명과 함께한다는 생각에적어도 '설렘'이라는 걸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