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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

*[21.11.20.토] 3. 토요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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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내 생각, 각오를 주절주절 썼다.
글과는 달리 내 현실은
침대에서 앉는데만 5분
일어나는데만 3분
한 보폭 내딛는데만 1분은 걸리는 것 같다.



아 너무 아파ㅠㅠㅠㅠ
어제까지만 해도
두 번째 제왕절개인데
난 왜 처음보다 덜 아프고 괜찮지?
읭? 이랬는데...



큰 착각이었다.
수술부위에 별도로 진통제를 달았고
하루 2번 진통제 주사에
페인부스터까지 달았음을
왜 잊어버렸지...ㅠㅠ


하나둘씩 떼면서
아...아퍼ㅠㅠㅠ
간호사님이 오늘우 빈속에 체중을 재야한다고해서
체중계까지 갔다가 오는데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았다.
주저앉고 싶었다.


무슨 올림픽 출전 선수마냥
혼자서 되내며 걸어갔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 할 수 있어...
난 강한 레몽이, 순풍이 엄마야
할 수 있어...!"


갔다와서 젖이 도는 가슴에
붕대를 타이트하게 메고
침대에 뻗었다.
침대에 내 발을 올리지조차 못해서
신랑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절 직전


신랑은 뭐가 무서웠는지...
자꾸 나보고
눈 뜨라고
숨 쉬라고
괜찮지?
내 이름을 부르며 계속 의식잃지 말라고...ㅎㅎㅎ
순간 나조차 무서워서
자면 안 되겠다...이게 졸린건지 의식을 잃기 전인건지
헷갈렸다.


조금 이따가 눈을 떴는데
눈 앞에 담당교수님이 회진하러 와계셨다.
아...잠 들었구나...다행이다


교수님께서는
1. 가슴이 많이 아픈지, 젖이 많이 도는지
2. 하혈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셨고

내 대답은
1. 가슴은 돌처럼 딱딱하고 뜨겁다
2. 하혈은 없고 소변볼 때 피가 나온다.

교수님께서 괜찮다고 하셨고

신랑은 입원 때부터 걱정했던
내 경동맥에 대해 물었다...ㅎ
목에 있는 경동맥이 뛰는게 당연한데
너무 빠르게 눈에 띄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움직이니
내가 잘못된 건지 걱정이 됐나보다.


교수님께서는 남편에게 그러냐며 공감해주시고
괜찮다. 경동맥이다라고 답변주셨다.

교수님께서는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며
밥 먹으라하셨고
오전 9시 30분쯤 일반식으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그리고

......
위 글을 쓰고
화장실을 다녀온 나는
지친채 잠이 들었다.
눈 떠보니 1시간이 지나있네


일어나서 점심(일반식, 미역국)을 먹고
처방받은 진통제 1알 먹고
소변을 보러가는 길
힘겹게 인났지만
오늘은 똑바로 서 있는게 너무 힘들다.


수싈한지 2일째...
얼른 일어서 걸어야하는데
그래야 회복이 빠른데
넘 아프고 힘들다.
침대에 기대앉아서 울었다.


아는 언니를 포함해 아이를 낳은 산모들은
지금쯤 웃으며
하루하루를
애기의 배냇짓을 보느라 행복해할텐데...
나는 텅 빈 눈동자로
창밖의 병원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티비를 끄고
뱃속의 아기와 산책할 때
오빠와 자주 듣던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곡 '드뷔시'를 틀었다.


우리 아기 자장가로 쓰고싶었는데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드뷔시의 한 소절이 나오는 순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서글픈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엉...엉....가슴이 찢어진다.


쌀쌀해진 늦가을 밤에
뱃 속의 아이와 오빠 손을 잡고
한 쪽씩 아이팟을 끼고
드뷔시의 노래를 들으며
달빛을 참 잘 표현했다며
행복했던 그 밤이 떠올랐다.
셋이 함께였기에 정말 행복했는데...
이제는
그 노래가 나의 슬픈노래로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더 이상 잠만 자면 안 될 것같아서
이 악물고 병실에서 2번 걸었지만...
다시 침대에 쓰러져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지금은 저녁 6시...
오늘따라 잠이 왜 이렇게 쏟아지는지...
기력이 많이 딸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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