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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

*#2 - 응급제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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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쯤 시작한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올 때쯤 의식이 돌아왔다.

수술침대에 들려 입원실로 향했고
신랑의 얼굴을 봤다.

다리는 움직이지 못했고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엄청 추웠다.
수술끝나고 춥다고 한 이유가 있구나...

많이 나온 배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나는 느꼈다. 텅빈 배...
우리아기가 어디론가 가버려 텅비고 공허하 내 배...


신랑에게 우리아기 얼굴봤냐고 물었고
신랑은 애써 웃음지으며
나를 닮았다며
머리숱도 많고
내 신생아시절의 사진과 똑같이 생겼다며 말했다.

그렇구나...ㅎㅎ
우리아가 넘 예뻤겠다.
넘 예뻤겠다...


우리아가는 지금 영안실같은 곳에 보관되어 있고
신랑은 병원측과 장례절차에 대해 논하고 온다고했다.
말이 영안실이지...
산부인과에 영안실이 어딨어...
우리아기 지금 추운 곳에 혼자 누워있겠지...
가엾은 내 아가...
우리아가 좁은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무럭무럭 자라나느라 그렇게 애써줬는데
엄마 품에 한 번 못 안겨보고... 엄마 뽀뽀 한 번 못 받아보고 목소리 한 번 못 듣고 그렇게 보내서 어떡해...


신랑이 돌아오기 전에 눈물을 훔치고
덤덤하게 기다렸다.
신랑이 들어와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다짐했다.


아이가 하늘나라에 가게 된 이유가 있을거야...
아직은 우리가 훌륭한 부모가 되기에 부족했나봐
레몽이가 우리에게 신혼생활 1년 더 보내라고
시간을 선물로 줬다고 생각하자...
그 기간동안 우리...다시 레몽이 만나기 위해서
건강이든 정신이든 뭐든 더 성숙한 엄마, 아빠가 되어있자....


그렇게 서로 다짐하고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너무 큰 슬픔에 닥치게 되면 오히려 덤덤한걸까
다 키운 아기를 얼굴도 보지 못한채 보내 슬픔은
몇 날 며칠을 울어도 이 슬픔을 해소할 수 없지만
낭떠러지 절벽 끝에 서 있기에 오히려 담대히 마음 먹었다.


내가 여기서 슬픔에 무너져
이 시간들을 울며불며 지낸다면
하늘에 있는 우리애기가 더 슬퍼하지 않을까...
내가 잘 지내야 우리애기도 마음편히 저 하늘나라에서
애기천사들이랑 신나게 뛰어놀지 않을까...
만약 우리애기가 저 위에서 엄마, 아빠 보고싶다고
매일을 울며 지내고 힘겨워한다면 나는 못 살 것 같았다.
그러니깐 더 잘 지내자!  더더!!
난 레몽이 엄마니깐 힘들때일수록 이 악물고!!
입술 깨물고!!!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내딛자.



제왕절개로 24시간동안 물 먹지 못하고 똑바로 누워만 있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몸이 아프고 힘든거는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였으니...


수술 후 온 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픈 건 아니였고 출산 후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간호사님께서 주기적으로 들어와
항생제, 진통제 주사를 처방하고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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