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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

*# 3 - 입원실 문 그리고 비어져있는 내 아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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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수술 24시간 이후부터 물 먹고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소변줄도 뺐고
하루 빨리 걸어야 몸이 회복속도도 빠르다고 해서
걷기에 도전해봤다.

이전에 수술후기 봤었는데
수술 후 걸을 때 내장이 쏟아지는 느낌이라고해서
진짜 쏟아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인났다.

사실 누웠다가 등을 올려 앉는 것도 정말 힘들다.
배에 힘이 잘 들어가지않아
옆에서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했고
두 발로 일어서는 순간, 허리는 잘 펴지지 않고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서
입술에 물을 조금씩 적셔서 마셨다.

다행히 내장이 쏟아지는 느낌은 없었다.

내 입원실에 나와서
링겔을 끌고다니며 병실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101호 박○○님. 아들 3.59kg
105호 김○○님. 딸 3.12kg
108호 윤○○님. 딸 3.58kg
등등등
103호 ○○○님. -----------

내 방문 앞...
비어져있는 아이의 성별, 몸무게

그래.
난 아이가 없지.
나도 불쌍한데
내 입원실 문도 불쌍해보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래도 여기서 무너질 수 없지.
더 걷자! 몸 회복해야지!
더 잘 먹자!  


방 안에 들어와 신랑이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슬프다. 너무 슬프다.
신랑이 들어와서 우는 날 보고 안아주며 위로해줬고
금새 눈물을 멈췄다.


그리고 침대에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신랑이 흐느끼며 울었다.
이번에는 내가 토닥여주고
우리는 그렇게 번갈아가며 울고 토닥여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것 같다.


이 순간에도 차디찬 냉장시설에 있을
우리 아이...
걱정됐다. 이미 숨이 멎은 아이지만
얼마나 추울까
얼마나 무서울까


신랑에게 말해 장례를 빨리 치뤄졌음 했고
신랑도 동의했다.
병원에 맡기지 않고
신랑이 직접 화장터에 다녀온다고 했다.

난 보지 못했지만
아이의 장례를 준비했다.
제일 예쁜 옷 1벌, 양말, 손싸개, 모자
그리고 엄마의 편지

너무 미안하다 아가야
엄마로 인해 너가 이 세상을 보지 못하고 간 것같아
엄마는 너를 10개월동안 품으며 정말 행복했고
엄마라는 존재, 임신이라는 걸 느끼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널 다시 만날때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멋진 엄마, 아빠가 되어있을게라며 긴 편지를 썼다.


신랑에게 전달해준 후
신랑은 조그마한 아기관을 들고 나름 세상구경시켜준다며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줬다고 했다.


신랑은
화장을 하고서 아이의 가루라도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작은 아기라 그런가
남지 않았다는 말에 빈 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안녕
내 아가
넌 늘 우리곁에 영원히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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