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악몽
또 오늘 아침의 악몽
오늘 새벽 1시까지 뱃속의 아이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폭풍 태동을 했다.
밤이 되면 유독 더 심했고
나는 정말 행복했다.
첫째를 원인모를 심정지로
낳기 30분 전, 허망하게 보낸 이후
아이의 태동은 나에게
'엄마~ 저 잘 있어요!!'라는 신호였고
그렇기에 정말 귀한 선물이자
기쁨이었다.
31주 3일
새벽 1시를 넘어 잠에 들었고
아침 8시쯤 인났다.
끔찍한 악몽과 함께...
'아...왜 이러지?
괜찮아. 많은 산모들이 막달될수록 호르몬때문에
긴장되고 출산의 두려운 마음에 악몽을 꾼다고 했어
다들 그렇다니깐 정상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늘 아침에 나의 첫 의식인
뱃 속 아기의 생사부터 확인했다.
대부분의 날은 내가 인나기 전부터
폭풍태동을 했고
몇몇날은 내가 아기의 태명은 부르며 톡톡치면
꿀렁꿀렁~ 잘 있다고 신호를 줬다.
오늘은 조용한 날이기에
" 순풍아~~~ 순풍아~~~
잘 잤어? 인났어~~~??? 오늘은 무슨 꿈 꿨어~~~??"
톡톡톡!!
반응이 없다.
예전에도 반응이 없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양치하고 아침에 약 먹고
아이의 태동을 조금이나마 기다렸는데
엄마의 직감이었던걸까...
쎄하다....
등줄기가 서늘하다...
바로 하이베베를 꺼내 아이가 있는 쪽에 댔는데
심장박동수가 91?!
이상히다. 뭔가 무섭다.
오빠에게 말해서 집 근처에 초기까지 다녔던
병원 분만실에 급히 찾아갔다.
가는 동안
무섭다고 눈물을 계속 흘렀다.
'설마... 설마...이번에 아니겠지
약하게나마 심장이 뛰고는 있겠지...'
가는동안 배를 크게 양쪽으로 흔들어댔다.
조용하다...이상하다...
울면서 당직의사를 만나
자초지종을 말한 후
바로 태동, 심음 측정기를 배에 댔다.
익숙하다.
레몽이때도 이랬는데....
갑자기 초음파기계를 끌고온다.
레몽이때도 이랬는데...
의사의 입, 표정에만 집중했다.
" 아이구...어떡해요...심장이 멈췄어요...."
...
...
...
미친듯이 울부 짖으며 제발 우리아기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부르짖었다.
밖에서 들어오지 못한 우리오빠
어느 순간 나타나더니 날 와락 끌어안으며
괜찮다며... 서로 부등켜 울부짖었다.
어떻게 !!!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두 번씩이나!!!
왜 이렇게 가혹하세요!!! 왜 이렇게!!!!!
왜!!!! 왜!!!! 왜 저한테 이러세요오!!!!!!
흑흑흑...
흑흑흑...
왜...왜...
왜 난데...
한 번이면 족하잖아...
근데 왜 또...?
남들은 다 잘 낳잖아...아무렇지 않게 잘 낳잖아아..
나는 왜...?
내가 얼마나 많은 죄를 졌기에...?
왜...왜...도대체 왜!!!!
이번만큼은 아이를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을 기도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가혹하실 수 있으세요!!!
의사는 말했다.
최대한 나를 위로하며...
초음파 상으로는 탯줄꼬임 등 원인이 보이지 않는다.
운이 나빴다..
왜..흑흑..왜..흑흑
저는 운이 이렇게 두번씩이나 나빠요....
왜요...
첫째는 이렇게 38주6일 보냈는데
이제 5주만 있음 볼 수 있는데 왜 또 갔어요..
이번에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다 했단 말예요...
담당의사는 자기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미 응급상황은 끝났으니
수술을 해서 아이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 병원에서 해도 되고
다니던 대학병원 가셔도 된다길래
빨리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다니던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 진행한다고 했다.
그 길로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대전 건양대로 바로 왔다.
이틀 뒤면 정기검진으로 우리 아기를 만날거라
기대했던 그 곳을
일찍 아이의 죽음과 함께 허망하게 와버렸다.
건양대 응급실
접수하여 기다리는 중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어 보호자대기실에 있는
화장실을 가려고 뒤도는 순간...
갑자기 오빠가 튀어나와 날 막는다.
날 막았던 오빠의 노력은 온데간데없이
난 보고 말았다.
보호자 대기실에 있는
천사같은 신생아의 모습...
응급실 앞에서 나는 오빠를 부여잡고
무너져내렸다..
주르륵.... 간신히 잦아들었던 울음은
나의 울부짖음으로 변했다.
그렇게 울고 화장실을 가는 내내
이쁜 아기천사를 애써 외면하기위해
고개를 숙이고 땅만 바라보고 걸어갔다.
응급실에 들어가
아이의 태동, 심음을 확인해
끔찍한 '아이의 죽음'을 다시 선고받고
피를 뽑고
침대에 실려 다시 한번 초음파를 보러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산부인과 전공의 선생님의 질문
지금까지의 임신 경력
임신 3번.
2020.2.11.38주6일 막달사산,
2020.7.둘째주 8주 초기 계류유산
2021.4월 임신 후 오늘 31주3일 막달사산
지금까지의 복용약
건양대에서 처방해준 오메가3, 비타민디, 저용량 아스피린, 크로아민 주사, 고용량 엽산, 씬지로이드 0.75mg
그리고 옥시크로린정
옥시크로린정은 충북대 류마티스내과에서 처방받았지만 이성기교수님의 이 약에 대한 회의적태도와 처방해주신 충북대 교수님도 진단기준에 따르면 처방할 필요는 없다며 먹을까요? 중단할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1개씩 먹을까요? 아이에게 100프로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이라는 말에 끊은지 한 두달 됐고 중간에 2번?! 정도만 먹었어요.
진단받은 것은요?
엽산대사이상, 프로틴s 수치 이상, ana항체 이상이요
갑상선저하증
(아... 다낭성도 있는데 나중에 얘기해야겠다...)
전공의 의사쌤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다고 말해주며
초음파를 꼼꼼히 봐주셨다.
아이의 몸무게는 1.98kg
몸통은 31주6일정도
주수에 맞게 잘 컸다.
탯줄꼬임은 보이지 않고
아기의 심정지는 얼마되지 않아보인다.
초음파상으로는 원인이 없다.
질초음파상 자궁경부 길이도 정상
모든게 정상
운이 나쁘다는 말밖에...
왜요.. 선생님..
저처럼 두번이나 이렇게 운이 나쁜 사람도
있을까요...라고 물었으나
고개를 떨군채 대답이 없었다.
응급실로 돌아와서
추후 분만을 위한
피를 또 뽑고 흉부 엑스레이도 찍었다.
아이의 죽음이 확인되었기에
엑스레이를 찍어도 된다고...
방사선사가 엑스레이 기계를 끌고
내 흉부와 배에 엑스레이 판을 대는 순간
차디찬 엑스레이 판이
우리 아이의 죽은 몸마냥 느껴져
얼마나 흐느꼈는지...
눈물이 주르르 흘리며 눈을 꼭 감은채
엑스레이를 찍었다.
전공의 쌤이 다시 오셔서
유도분만으로 할지
제왕절개로 할지
담당교수님과 통화하고 알려준다고 했다.
뱃속의 아이가 하늘나라에 갔기에
바로 꺼내야하지만
전날 복용한 아스피린, 주사로 인해
과다출혈이 발생해 내가 위험할 수 있다며
최소 7일 이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퇴원조치가 내려졌고
수술 전까지 자궁수축이나 양수가 터지는 걸
방지해야하기에 약을 주었다.
난 이미 하늘나라에 간 아이를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뱃속에 품고 있다.
7일을 품고 있어야한다는데
떠난 아이에게 못할 짓하는 건 아닌지...
원래 정기 검진 날이었던 내일은
담당교수님과 죽은 내 아이를 어떻게 꺼낼지
상의하러 가는 날로 변했다.
내일 나는 우리 아기의 죽음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마주치러 가야한다.
사랑하는 나의 둘째딸 순풍이에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내 딸, 순풍아♡
미안해...너무 미안해...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오기 위한
딸국질 연습을 했던 너인데...
엄마는 또 너를 세상구경 시켜주지 못한채
보내준다.
모든 게 엄마의 잘못이야...미안해 내 딸
고마워 고맙고 또 고맙다.
너의 태동은 엄마에게 정말 귀한 선물이었고
엄마는 너의 태동을 느낄때마다 세상 제일 행복했고
기뻤어
엄마는 말야...
너의 존재가 얼마나 행복했나면...
시간이 과거로 흘러
31주3일에 아이가 심정지로 사산할텐데도
이 아이를 품으시겠습니까? 물어온대도
엄마는 그렇게 한다고 할거야
그 정도로 넌 나에게 기쁨을 선사했고
이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줬어...
사랑하는 내 영원한 딸, 순풍아♡
하늘나라에 가면 레몽오빠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레몽오빠 손 꼭 잡고 놀고있어
알았지?
엄마아빠가 먼 훗날 하늘나라에 가면
제일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해줄게
레몽오빠랑 재밌게 잘 지내고 있어 알았지?
사랑해 사랑해 너무나 사랑해
지금 뱃속의 있는 너에게 계속해서 말해주고싶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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