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후 2시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늘따라 시간은 왜이렇게 더디게 가는지...
어제 이후
건양대병원 근처의 친정집에서 지내고 있어
오빠의 손을 잡고 건양대병원으로 걸어갔다.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이쁜 모습과
대비되는 우리의 슬픈 마음...
더 아파온다.
건양대병원 입구에 가까이 갈수록
눈물이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도 울어서 눈물이 메말랐다 생각했는데
응급실 앞에서 멈춰서 울고
병원내 산부인과 앞에서 주저앉아 울었다.
너무 슬펐다.
앞에 보이는 산부인과에 입성하는 순간
우리 아이의 죽음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산부인과로 들어가
늘 하던대로 키, 몸무게, 혈압을 측정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남산만한 나의 큰 배는 가렸다.
예전에 가린 이유는
혹여 나의 임신한 배를 보고 다른 산모가
슬퍼할까봐 속상해할까봐 가렸다.
나도 그랬었으니깐...
오늘은...
전적으로 나를 위해 배를 가렸다.
지금 내 뱃속에는 하늘나라에 간 아이가 있었고
누구보다 슬펐기에 어떤 시선도 느끼고 싶지않았다.
이성기교수님을 뵙기 전에
다른 전공의쌤이 심음, 태동검사를 했다.
'왜...왜 하는걸까...? 우리아기 이미 갔는데...'
계속해서 아기의 심음을 찾는 전공의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다른 산모에게 불안감을 주고싶지않아
입을 앙 다물고 울었다.
"우리애기 이미 하늘나라 갔는데... 왜 심음, 태동을 측정해요...?" 물었더니
"아기 사망 진단받으신 거예요?"
울면서 그렇다고 했다.
전공의쌤은 지금 어떤 심음이 하나 잡혀서 기다리라했다. 산모분건지 아님 아이건지..
뭐라고?! 아이?!
제발...그런 기적이 있다면 제발 기적이 일어났으면
그런 내 모습에
신랑은 아닐거라며 기대하지말라며
내 심음이라며 더 가슴찢어질거라며 말해줬다.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이성기교수님이 지나가셨다.
교수님을 보자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이름이 호명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드리고
추가적으로
"충북대 류마티스내과에서 처방받은
옥시크로린정(자가면역질환 처방약)을
안 먹어서 그런건가요? 근데 전 항인지질증후군
음성이었어요..."말씀드렸고
교수님께서는 항인지질증후군이 음성인데
그 약을 안 먹었다고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거다라고 답변을 주셨다.
애기가 너무 활발해도
탯줄꼬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체크해보자시며
초음파실로 들어가 직접 양수양, 탯줄을 체크하셨고
모든게 정상이라고 하셨다.
다시 진료실로 들어와
일요일 응급실에서 뽑은 피검사 결과,
항응고 등 모든 검사가 '정상'이라고 하셨다.
일단 수술해서 태반조직, 탯줄을 직접 봐야겠다고
하셨고 아스피린, 프라그민 주사 등 처방을 했는데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났으니
다음 번을 위해 검사를 잘 해보자하셨다.
옆에 있던 신랑이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는
다 해달라고 말씀드렸고
이성기교수님께서도 그 말에 동의하시면서
알았다며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고
다음을 위해 꼭 원인을 찾아야한다고 말씀을 주셨다.
아이가 30주가 넘어
유도분만하기에는 크다며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고
일요일 피검사 결과, 아스피린 효과는 거의 없어져
목요일 아니면 금요일 오후에 수술하자고 하셨다.
이미 떠난 아이를 뱃 속에 오래품으면
자궁오염, 폐혈증으로 인해 산모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인터넷, 첫째 막달사산 때 들어서
수술이 늦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내일 저녁 입원 후 목요일 오후 수술 예정이다.
진료 절차
1. 태아 심음, 태동 측정
2. 이성기교수님 면담
3. 초음파로 아이 심장, 양수량, 탯줄 확인
4. 이성기교수님 면담
5. 수술 등 계획
- 수술 전 건양대 류마티스내과, 일반내과 접수
(자가면역질환, 갑상선저하증 체크)
- 피검사, 소변검사
(혈액 내 아스피린 잔여효과 리체크 등)
- 입원수속 진행
(산부인과 병동 1인실 접수.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아이를 낳은 산모와 같이 쓰면 내가 너무 심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ㅠㅠ
원래 신랑은 수술당일만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신랑이 코로나검사하고 어디 출입하지않고 반드시
병실 내 있다는 조건하에 입원기간동안 동행 허락)
비용은 1일 30만원
- 신랑, 나 코로나 검사
총 비용
신랑 코로나검사 2만원
나 진료비 등 2.2만원??
그래도 하나님께서 좋은 분들을 붙여주셔서
병원에 있는 내내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쌤은
우리가 어떤 입원준비물을 해야하는지 물었는데
출산, 입원준비 프린트물 중 산모부분만
가위로 오려 우리에게 전달해주었다.
우리를 위해 아이 배냇저고리, 분유 등이 기재된
준비부분은 버리고 산모부분만...
이런 작은 배려가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하다.
일요일 응급실에서 만난 여자 전공의쌤은
그 동안 배는 아프지 않았냐며 살뜰히 챙겨주고
우리가 요청한 부분에 대해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는 등 마음이 전해져 감사했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다.
사랑하는 내 딸 순풍이
사랑하는 내 아들 레몽이
내일도 무사히 진료를 마치고
이 환난과 고통 속에서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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